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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려진 내용들

측만증에 관해서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내용 가운데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내용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음의 기사들은 실제 매스컴에 나왔던 기사들로, 잘못된 점을 발견한다면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례 1

“... 모 중학교의 한 학급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더니 20% 정도의 학생이 척추가 휜 소견을 보였다. 따라서 전 학생을 대상으로 검진을
해서 척추가 휜 학생들을 빨리 발견하여 보조기를 이용한 교정 치료를 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이러한 치료가 효과가 없으니 시급히 대
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 내용을 접하고 자녀를 병원에 데려가 척추가 똑바른지 엑스레이 검사로 확인을 해 본 부모님도 있을 것입니다. 측만증에 관해서 생소한 일반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이 기사의 문제점들을 짚어 보겠습니다.

  • 우선 어떤 방법으로 측만증을 측정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측만증의 빈도가 20% 이상이라는 것은 과장된 잘못된 내용입니다. 측만증의 빈도는 전세계의 어느 나라나 2% 내외입니다.
  • 학교검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찬성하는 의사들도 있고 적극 반대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학교검진을 하지 않으면 마치 큰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한쪽으로 편향된 의견입니다.
  • 설령 측만증으로 진단되었다고 하더라도 보조기 치료의 대상은 제한적입니다. 보조기 치료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사례 2

“우리 나라 초등학교 학생들이 컴퓨터 등을 많이 하고, 운동을 하는 시간이 적어 ..... 척추가 휜 학생들이 많다 ...더 심각한 것은 자세 이상을 보이는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등심대 검진을 했더니 1998년에는 10%이었으나, 1999년 15%로 66% 증가했다 ... 이런 학생들을 방치하면 심폐 기능 장해가 생길 수 있다. ... 따라서 하루 빨리 등심대 검진을 제도화해야 한다 ...”

이 기사 역시 문제가 없어 보이는 기사입니다. 의사라도 척추 기형을 전공하지 않는 의사라면 이 기사의 문제점을 알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틀린 내용입니다.

  • 우선 이 기사의 첫번째 문제점은 “자세 이상”이라는 비과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측만증의 빈도가 15%인 것으로 오해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측만증은 엑스레이 검사상 척추가 10도 이상 옆으로 휜 경우를 말하며 그 빈도는 세계 어느 나라나 2%로 비슷합니다. 10도 미만의 각도를 보이는 것은 엑스레이를 찍을 때 몸을 살짝 비틀기만 해도 나타날 수 있는 소견으로 의미가 없어 측만증으로 진단하지 않습니다.
  • 자세 이상을 보이는 학생이 1998년에는 10%이었으나, 1999년 15%로 2/3나 증가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천재지변이나 사회의 큰 변화 없이 척추 이상을 보이는 학생의 수가 1년 사이에 갑자기 2/3나 증가할 수 있겠습니까? 측만증 학생이 급작스럽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이 발표를 한 연구자들의 연구의 정확성이나 통계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 측만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초• 중•고등학생의 학교검진에서 발견되는 측만증은 대부분 “특발성 측만증”입니다. 특발성 측만증은 그 원인을 밝혀 내기 위하여 최근까지 수 십년간 구미의 학자들이 역학 조사는 물론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의 첨단 과학까지 동원하여 연구하였지만 아직 그 원인을 밝혀 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병명이 “특발성 측만증”입니다. “특발성(特發性)”이란 단어의 뜻은 아직 잘 모른다는 뜻입니다. 구미 학자들의 겸손함과 신중함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 십년간 많은 학자들이 연구해도 밝히지 못한 측만증의 원인을 이 기사에서는 학생들의 나쁜 자세, 운동 부족 등으로 결론 짓고 있습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나쁜 자세, 운동 부족 등은 요통의 원인은 되어도 측만증의 원인은 아닙니다.
  • 학생들의 자세 이상(측만증)을 방치할 경우 심하면 심장, 폐 기능의 악화로 심하면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측만증에서 심폐 기능의 장해가 생기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대개는 특발성 측만증이 아닌 (소아마비, 뇌성마비, 근육질환 등에 의한) 신경마비성 측만증에서 심폐 기능의 장해가 나타납니다. 또 폐가 완전히 발육하기 이전인 5세 이전에 측만증이 생기면 심폐 기능의 이상이 생길 수 있지만 5세 이후에 발생한 측만증에서는 각도가 아주 큰 경우, 흉부 전만증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심폐 기능 장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학생에서 발견되는 측만증은 “사춘기형 특발성 측만증(adolescent idiopathic scoliosis)”으로 10세 전후에 발견되는 측만증입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학생의 측만증을 방치할 경우 심폐 기능 장해로 조기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 이 기사에서는 초등학교 학생의 척추 측만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하여 등심대 검진 등의 검사를 제도화할 것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학교검진을 제도화하자는 주장입니다. 또 “등심대 검진”이란 용어는 마치 특수한 전문용어처럼 보이지만 척추의 전방굴곡검사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용어입니다.

사례 3

“학교검진 결과 측만증은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에게 많은 것으로 밝혀져 ...”

2004년 8월 경에 여러 신문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문제점은 그 내용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잘 알려진 내용을 연구자들이 마치 새롭게 밝혀낸 내용처럼 보도하였다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측만증이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은 의과대학생들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이미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사례 4

“... 측만증은 초기에는 운동과 자세 교정 등으로 치료가 쉽지만 방치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모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매일 운동장을 2~3 바퀴씩 뛰게 한 결과 측만증의 발생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

측만증이 운동요법이나 교정 치료로 좋아지지 않을까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치료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운동장을 뛴다고 측만증이 덜 생긴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사례 5

“우리 나라 학생들의 가방이 너무 무겁고 ... 학생들의 체형은 많이 커졌는데 책걸상은 수 십년 전 그대로 작고 조잡하여 ... 측만증이 많이 생긴다. 하루 빨리 학생들의 책가방을 가볍게 해 주고 책걸상을 바꿔 주어야 한다 ...”

조잡한 책걸상, 무거운 책가방은 요통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측만증의 원인은 아닙니다. 공연히 책가방, 책걸상을 들먹여서 교장 선생님이나 학교 관계자분들만 곤란하게 만드는 기사입니다.

사례 6

“측만증은 나쁜 자세, 잘못된 습관으로 생긴다. 측만증은 청소년의 건강 문제 1위이다. 측만증을 방치하면 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 측만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교정 치료를 해야 한다. 18세가 지나면 교정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

이 기사의 잘못된 내용을 정리하면,

  • 나쁜 자세나 잘못된 습관은 요통을 초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측만증의 발생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 측만증은 유병률이 2% 정도로 그리 흔한 병이 아닙니다. 결핵, 자살, 간염 등 청소년들에게 훨씬 더 심각하고 빈도가 높은 질환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측만증이 청소년의 건강 문제 1위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측만증과 디스크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병입니다. 측만증을 방치하면 디스크로 발전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 측만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교정 치료를 한다는데 교정 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점은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사례 7

“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평소 챙기지 못하던 건강을 한번쯤 체크하는 것이 좋다. ... 척추 측만증은 전체 학생의 15%에서 발견될 정도로
비교적 흔한 병으로 ... 조기에 발견하면 교정 치료 등으로 쉽게 치료가 되지만 ...”

이제 여러분들도 이 기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측만증의 빈도는 2%입니다. 15% 정도의 흔한 병이 아닙니다. 또 일찍 발견한다고 반드시 효과적으로 치료되는 것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교정 치료는 검증이 안 된 치료입니다. 이런 기사가 아무 거리낌없이 마치 사실 인 것처럼 일반인들에게 전달되는 자체가 큰 문제입니다.   여러 잘못된 내용의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많은 기사들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조기에 발견하여 교정 치료로 고치자”는 것인데요. 또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척추가 휘었다고 하면 교정 치료부터 생각하게 되는데 교정 치료가 정말 효과가 없습니까?

측만증 환자가 보조기 치료나 수술의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일단 관찰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관찰만 하게 되면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식의 척추가 휘어진 상태에서 관찰만 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척추가 휜 상태인데도 가만히 놔 두라는 말이냐?” 라면서 항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답답한 심정에서 의존하게 되는 것이 “교정(矯正)”이라는 치료 방법입니다. 뾰족한 치료 방법도 없는 현실에서 수술도 하지 않고 고칠 수 있는 교정 치료법은 상당히 매력 있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대체텍스트 삽입교정 치료는 고대부터 많이 행해져 왔으며 현재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정 치료는 그 치료 효과가 검증되어 있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교정 치료를 받으면 척추 휜 것이 쉽게 교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얼굴이 좀 넓적해서 고민을 하는 여학생이 얼굴을 매일 옆에서 눌러주는 교 정 치료를 받는다고 갸름한 얼굴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 할 것입니다. 측만증에서 교정 치료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얼굴을 매일 옆에서 눌러주는 교정 치료로 갸름한 얼굴을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측만증의 교정 치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효과가 객관적, 과학적, 통계적인 검증 을 거쳐서 사실로 밝혀졌느냐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치료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도 종종 접합니다.

(1) 골반이 틀어져서(또는 골반 관절이 어긋나서) 척추가 휘었다. 골반을 맞추는 교정 치료를 해야 척추가 똑바로 펴진다.
(2) 턱뼈나 턱관절이 어긋나거나 부정 교합되어 척추가 휘었다. 따라서 턱관절을 바로 잡아야 한다.
(3) 한약으로 측만증을 고친다.  모두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며, 따라서 사실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 미국의 척추 분야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학회가 “측만증 연구학회(Scoliosis Research Society ; SRS)” 입니다. 이 학회는 측만증 뿐만 아니라 척추에 관한 모든 질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회입니다. 하지만 “척추 학회”라는 이름 대신에 “측만증 학회”라는 용어를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측만증이 척추질환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일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가장 흥미 있는 분야라는 자부심(自負心)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에서 측만증을 치료하는 척추외과 의사들은 대부분 SRS에 가입되어 학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측만증 연구학회(SRS)”는 현재까지 과거 수 십년 동안 측만증의 기초 연구, 원인 규명, 역학(疫學),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의 효과 등 측만증에 관련된 모든 연구를 과학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의사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SRS에서는 측만증의 교정 치료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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